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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인 ADHD 책 리뷰 : 젊은 ADHD의 슬픔, 정지음
    책 리뷰 2022. 2. 2. 13:44

    젊은 ADHD의 슬픔

    오늘은 정지음 작가님의 젊은 ADHD의 슬픔이라는 책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처음 출판되었을때는, 작가님의 성향은 외향적이고, 저는 내향적이라, 서점에서 쓱 훑어보고는 ‘나랑은 잘 안 맞겠네’ 하고 다시 진열대에 내려놓았던 책입니다. 하지만 최근 정지음님의 인터뷰를 보게 되면서, 다시 책에 관심이 생기게 되어 읽게 되었습니다.

     

    안 맞을 거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첫 장부터 끝까지 한 번에 읽어 내려간 책이고, 정말 많이 공감했고, 저의 증상들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ADHD에게 청소란

    말끔하지 못할 뿐 청결 관념은 정상이라 물건과 스트레스가 함께 쌓인다. 내 방은 늘 옷가지와 책과 온갖 조그만 물건들, 그리고 자잘한 쓰레기로 고통받았다. 그 방을 공격하는 나도 그 방에 반격당해 어쩔 줄 모르니 슬픈 일이었다.
    그런데 물만 묻은 키친타월, 잉여 나무젓가락, 놔두면 먹을지도 모르는 음식들은 어떡해야 하는가? 세련된 쇼핑백, 각종 사용 설명서, 안 입지만 비싼 옷 등등도 갈등을 일으킨다. (…) 이런 것들은 쓰레기가 아님에도 쓰레기처럼 내 곁을 지켰고, 때문에 비싼 월셋집은 가끔 싸구려 위안조차 되지 못했다.

    - ADHD에게 청소란 무엇인지 설명해주는 구절이라 생각합니다. 그 답답함, 무기력함, 복잡함 ... 😂

     

     


     

     

    유예된 행복

    뭔가 노력할 기운도 없을 땐 자신을 너무 채찍질하지 말고 놓아두어야 한다. 비난 같은 조언, 다정한 척하는 다그침, 억지 열정 따위는 ADHD의 얼마 없는 인내심을 좀먹는다. 무기력에 대한 과집중이 곧 끝날 것임을 믿고, 유예된 행복을 잠시 기다리는 일이 필요하다.

     

    - 저는 정말 스스로 채찍질을 자주 하는데요, 제가 저를 너무 좀먹고 있었던 듯 합니다. '유예된 행복'을 기다리라는 말이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매 순간 시험받는 행복

    사실 ADHD로 살면서 우울하지 않기도 힘들다. 매번 바보 취급받고, 잠도 잘 못 자고, 작은 소리에 예민하고, 돈도 잘 못 모으고, 길 가다 넘어지고, 물건 읽어버리고, 굶다가 폭식하고. 의식주가 잘 안 되기 때문에 나열하다 보면 끝이 없다. 누군가가 ADHD라는 건 그가 매 순간 행복을 시험받는다는 소리다. 힘이 안 들어가는 머리에 억지로 힘을 줘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 ADHD진단 전에는 우울증약을 오랜 시간 복용해왔습니다. 진단 후 ADHD에 대해 알게되며 제가 그리고 수많은 ADHD들이 왜 그렇게 우울할 수 밖에 없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고슴도치 모양의 귀마개

    누군가 이토록 예민하다는 건, 그가 늘 화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이다. 좋은 일이 있어도 곧 화가 날까 봐 기뻐하지 못한다는 뜻이고, 타인을 원망하기 싫어 결국 자학에 목 졸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도 내가 버거웠다. 너무 높거나 낮은 나의 기준들을 맞춰 주느라 기분을 망치는 일들이 다반사였다.
    하지만, ‘시끄럽다’라는 나의 호소조차 일종의 소음일 것이다. 고슴도치 모양의 귀마개를 한 나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너무 따끔할 것이고, 그래서는 안되고, 가장 쉬운 방법은 딱 한 명이 참는 것뿐이라는 것도 이해한다. 

     

    - 평생 예민하게 살아서, 늘 나에게 그리고 남에게 상처주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공감이 갔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어렵고, 언제 쯤 쉬워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오늘은 젊은 ADHD의 슬픔 몇몇 구절을 소개해드렸습니다. 책의 반 정도를 밑줄 쳐놓았지만, 최소한으로 줄여서 공유해보았습니다. 

    항상 비문학이나 기사를 읽으며 저의 ADHD를 분석적으로만 생각했는데요, 이 책을 읽고나니 저의 마음을 조금 더 헤아릴 수 있게 된 듯 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구절로 마무리하겠습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나는 무가치하고 무규칙적이며

    무방비한 데다 무계획적인가?

    무례하다는 점으로 보아 무식하고

    무책임해서 무능력한가?

     

    (…) 그러니 나에 대한 설명들을 이렇게 고칠 수도 있겠다.

     

    나는 무궁무진하고, 어떤 면에선 무고하다고.

    무미건조한 일상은 무사함의 증명인 거라고. 

    단지 상상력 하나로 머릿속에 무성영화 상영관을 차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무수히 많은 날을 살며

    그래도 무료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무용함과 무용은 한 끗 차이라

    하릴없이 삐걱대는 나날도 전부 춤이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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